
[디지털강원]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관리하는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외부 차입 규모가 5조원을 넘어선 가운데, 두 기금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심의회가 2017년 이후 56차례 회의 가운데 55차례를 서면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.
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혁진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보통신진흥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 등 ICT기금은 2019년까지 외부 차입이 없었으나 2020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처음 차입한 이후 6년 만에 부채가 5조2976억원으로 늘었다.
이 기간 발생한 이자 비용은 5204억원이며, 최 의원실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원금은 한 차례도 상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.
과기정통부는 2020년 한국판 뉴딜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외부 차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.
최 의원은 차입 규모와 함께 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문제를 제기했다.
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두 ICT기금의 기금운용심의회는 모두 56차례 열렸으며 이 가운데 55차례가 서면 심의로 진행됐다. 안건을 이메일로 전달하고 위원들이 서명한 결의서를 회신하는 방식으로, 첫 외부 차입이 이뤄진 2020년 심의 역시 서면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.
최 의원은 “56번의 심의 가운데 55번이 이메일로 처리됐다”며 “5조원이 넘는 빚이 걸린 결정을 위원들이 마주 앉아 논의한 적이 없다”고 비판했다.
기금운용계획의 내부 보고 과정도 쟁점으로 제기됐다.
최 의원실에 따르면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 모두 기금운용계획을 차관에게 구두로 보고했으며 별도의 내부 결재문서는 작성하지 않았다. 과기정통부는 이에 대해 ‘관행’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.
이에 대해 최 의원은 결재문서를 남기지 않은 것이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책임자 규명을 요구했다.
기금의 차입과 여유자금 운용이 동시에 이뤄진 점도 도마에 올랐다.
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ICT기금은 2020년 이후 매년 평균 3200억원을 사업비로 집행하지 않고 금융상품으로 운용했다. 이는 사업비의 약 20%에 해당하며, 일부 자금은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주식 등 금융상품에도 투자된 것으로 의원실은 파악했다.
최 의원은 “5조2976억원의 빚을 내고 이자로 5204억원을 쓰면서 매년 3200억원은 쓰지 않고 묶어뒀다”며 기금 운용 방식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.
성과평가 방식도 문제로 지목했다. 최 의원실은 ICT기금이 정부의 기금 평가를 받고 있지만 복권기금과 같은 별도의 사회적 가치 평가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.
최 의원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부채 증가 문제가 아니라 기금 의사결정과 심의, 여유자금 관리, 성과평가 체계를 함께 점검해야 할 사안으로 규정했다.
이어 과기정통부에 기금운용심의위원회 운영 정상화와 여유자금 운용 방식 재검토, 사회적 가치 평가 도입 등을 요구하고 ICT기금 운용 전반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.



